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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유공자의 행복한 노년을 위하여


CBN뉴스 기자 / 입력 : 2021년 06월 07일
 
↑↑ 복지과장 김말순
ⓒ CBN뉴스 - 경주 
[경북남부보훈지청 복지과장 김말순]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유공자 분들의 공헌과 희생을 잊지말고 되새기는 의미 깊은 달이다.

가끔씩 참전유공자 어른 댁을 방문하는 일이 있다. 반갑게 맞아 주시는 어르신과 마주 앉으면 몸은 연로하시지만, 기억은 스무살 청춘임을 느끼게 된다. 무섭고 처참했던 전쟁에서의 경험이지만 용맹한 활약상을 생생히 표현하신다. 말씀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전쟁 영화속에 어르신은 주인공으로, 듣는 이는 조연으로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파노라마 같이 상황이 전달된다.

어르신의 기억속에서 당신은 언제나 청춘이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고 약 봉투가 방안 쌓여있다. 특히 외로움이라는 것이 어르신 생활을 많이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핵가족화로 자녀들이 외지에 있다보니 찾아뵙는 회수가 적은 경우도 많다. 특히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외로움의 깊이에 더해 고독사의 위험까지 안고 있다.

지난 달에 뵙고 온 어르신은 노노케어의 표본으로 생활해 오신 분이었다. 참전유공자이신 어르신은 고령에도 비교적 건강하셨기에 아프신 다른 어른의 수발을 들며 한 집에 사셨단다. 그러던 중 수발 받으시던 어른의 병세가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게 됨에 따라 유공자 어르신은 혼자 살게 되었다한다. 비교적 건강하시긴 하지만, 갑작스런 환경 변화로 외로움에 많이 젖어 계신 상황이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무연고로 사망하신 경우다. 형제가 있었으나 외국에 거주하고 국내 조카와는 평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병원 입원을 하였으나 끝내 퇴원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연고자에게 어떻게 연락을 할 수 있는지 유관기관에 협력해 보니 경찰에서 유가족을 찾고 시신 인수 여부를 확인한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고인의 경우에는 직계가족이 없고 친인척은 주검 인수를 원하지 않아 결국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하였다.

유년기에는 혹독한 일제강점기를, 청년기에는 참혹한 6.25전쟁을, 중장년기에는 치열한 경제 활동으로 땀흘리며 열심히 사셨는데, 어르신들의 노년 모습이 가슴 먹먹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국가보훈처에서는 65세 이상 고령 보훈대상자를 대상으로 보훈재가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보훈섬김이를 활용한 정기적인 가사활동, 건강관리지원 등과 노인성 질환자를 위한 노인생활지원용품 지급 등이 주 내용이다. 노노케어 활동을 하시던 어르신의 경우에 보훈섬김이가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말벗도 되어 드리고 가사활동도 지원해 드리고 있으며, 돌아가신 어르신의 경우에도 보훈재가복지서비스를 받으신 경우다.

6.25 참전유공자의 연령은 90세 전후이다. 백세 시대라고 하지만, 여생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분들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한 자긍심을 갖고 조금은 덜 외롭고 조금은 더 기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보훈처에서는 재가보훈복지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기업과 자원봉사단체의 후원활동 등을 통해 어르신들을 여러모로 살피는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한다면 효과는 더 클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얼굴을 마주대하는 일이 많이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마음을 내어 이웃에 살고 계신 참전유공자 분이 건강하신지 가끔씩 안부라도 여쭙는 이웃사촌이 되어 드리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고령의 참전유공자 어르신들이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함께하고자 하는 관심과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보훈의 달이다.
CBN뉴스 기자 / 입력 : 2021년 06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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