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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발전, 연고주의 탈피부터


CBN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9월 05일
↑↑ 임배근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CBN뉴스 - 경주
[경북정책연구원장, 동국대 경제학교수 임배근]= 우리가 남이가! 술잔을 높이 들고 크게 외쳐볼 수도 있다. 배달의 자손이니까. 근데 우린 한 몸인가. 어차피 남남일 수밖에 없다.

인생은 혼자 살다 혼자 간다. 일생동안 해로하기로 약속한 부부조차 갈라서면 멀어도 한참 먼 남남일 수밖에 없는데. 같은 성씨를 가졌거나, 같은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중요한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 최근의 롯데가 형제들을 보면 형제가 오히려 남보다 더 못하다는 것을 본다.

하긴 정치인이야 선배니 형님이니, 일가친척이니 하면서 엮으면 득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정치인은 만나는 사람마다 형님이라니 도대체 형님이 몇 명인지 셀 수 없을 정도다.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언제 학교 다닐 적에 한번이라도 보긴 보았는지. 이해가 갈리면 선후배가 있을 수 없다. 김무성과 문재인은 같은 고교동문이 아닌가. 대체로 능력 없는 사람들이 실력으론 안 되니 가당찮은 인연으로 엮는다. 그리곤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

그들은 선후배를, 성씨를, 고향을 유독 강조한다. 이렇게 우리가 남이가! 라는 말의 유혹에 넘어가면 사리판단이 흐려진다. 대학사회도 별반 다를 게 없으니 일반사회는 오죽할까. 연고주의, 정말 없어지지 않을 고질적 한국병이다.

한국사회의 만연한 부패구조도 사실은 연고주의에서 비롯된다. 지연․혈연․학연으로 엮이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다. 인연을 들이대면 이런저런 부탁을 들어 줄 수밖에. 어떻게 선배가 후배를, 후배가 선배를 내치겠나. 같은 일가인데 객관적 처벌 잣대를 들이 댈 수 있겠는가.

그냥 인연으로 잘못도 덮어주고 모른 채하고 지나가기 십상이다. 패쇄적 연고주의에 꽉 묶인 지방일수록 부패지수는 높게 나타난다.

통계지표가 잘 말해주고 있다. 2014년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OECD 34개 국가 중에서 27위라고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5년 12월 발표한 공공기관 청렴도 자료에 따르면 경북은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17등으로 꼴지를 했다.

그런데 경주시는 더욱 참혹하다.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청렴도 평가에서 640개 기관 중 638등을 했다. 정말 부끄러운 지표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이렇게 높은 부패수준은 이리저리 고향으로, 선후배로, 혈연으로 엮어진 연고주의와 깊은 관계가 있다.

합리적 판단보다 연고관계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연고로 엮인 사람에게 특혜를 베풀고,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이익을 챙겨 준다.

세계최강의 한국 양궁선수단. 리우올림픽 양궁 금메달 4개 석권은 파벌이 없었기 에 가능했다고 유력일간지는 톱기사로 보도했다. 올림픽 양궁 2관왕인 경주출신 구본찬 선수는 이렇게 실력으로 당당히 승부할 수 있었기에 올림픽에 출전했다.

구본찬선수가 파벌과 연고에 묶였다면 대표선수가 아예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월드컵 축구 세계4강. 한국과는 어떤 연고도 없었던 히딩크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오로지 실력 하나만을 보고 선수를 선발했다. 그것이 세계축구4강의 주된 이유였다. 한국이 자랑하는 축구선수 박지성도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통일신라 위업을 달성한 김유신은 누구인가. 신라 태생인가? 전 세계가 단일시장으로 통합된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 우리만 외딴 섬에 살며 불필요한 자존심만 내세우며 있지 않은지 자문해 볼 일이다.
세계를 향하여 뻗어나가야 한다. 외톨이 신세에서 벗어나 그들과 소통하고 경쟁해야 성장한다.

경주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열린 시민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경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을 구별하는 마음을 버려야 글로벌도시가 될 수 있다.

외국인은 차치하고서라도 먼저 국내의 외부자본과 사람부터라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그 외부 자본과 사람이 없으면 경주는 잘 살수 없다. 그들이 경주에 와서 돈을 벌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경주로 자본이 몰려들고 기업과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좁은 한국 땅에 남북으로 갈라서고, 그것도 부족해서 또 영호남으로 나뉘고, 영남 안에서도 외지 타지로 차별하여 높은 진입장벽을 쌓으니 경쟁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우리 마음속에 내재한 패쇄성과 배타성을 제거해야 한다. 축구든, 야구든, 농구든, 배구든 모든 프로스포츠 팀에서 외국인 선수를 왜 두겠는가. 동종교배는 열성인자를 낳고 결국은 종의 종말을 가져온다. 지구상에 존재하였던 네안데르탈인과 에렉투스인, 그리고 공룡은 왜 멸종하였는가.

그리고 신라는 왜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는지 되짚어 볼일이다. 패쇄적 세계에 갇혀 살면 나라를 잃고 외세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럼 어떻게 패쇄적 연고주의를 희석시킬 수 있을까? 우리의 패쇄적 인식구조를 바꾸고 객토를 붇는 것이다. 객토를 부어야 옥토가 된다.

경주의 사령탑도 연고로부터 자유로운 외국인으로 바꾸었으면 하고 불가능하지만 생각은 해본다. 외부 기업유치는 일자리 창출과 인구증가로도 연결되지만 연고주의 타파에 제격이다. 지역발전의 제일 순위인 기업유치에 매달려 전력투구해야 한다.

객토를 채우는 것은 비판자를 시정에 참여시키는 것도 한 예가 될 것이다. 끼리끼리 같은 부류의 사람만으로는 발전이 없다. 정반합이라 하지 않던가. 반대와 비판은 창조의 전제조건이다.

비판정신에서 창조적 산물이 탄생한다. 미술의 천재 피카소를 보라. 수많은 인종이 모여 사는 인종용광로 뉴욕. 다양성은 세계도시의 조건이다. 다양성 속에 도시발전의 싹이 돋는다.

지역발전은 시민의식수준 향상부터 시작된다. 개방적 사고에 입각한 시민의식수준 향상 없이는 아무리 중앙예산을 끌어오고 건물을 올린들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지역은 별반 달라질게 없다.

우리가 남이가! 술잔을 들고 우정으로 외쳐보자. 그렇다고 판단력까지 흐려질 수는 없는 일이다.
CBN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9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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