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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정책수용성과 신뢰


CBN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2월 02일
원자력 정책수용성과 신뢰

정책수용성이란 정부가 추진하는 특정 정책에 대한 대상 집단(지역주민)의 동의 또는 긍정적인 태도를 이끌어내어 정책집행을 추진할 수 있는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정책수용성이 낮다는 것은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수용성이 높다는 것은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정책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주로 써왔던 수단은 바로 경제적 혜택이다. 각종 지원사업이나, 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개발계획승인, 각종 인․허가 특례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원자력 정책수용성은 어떠한가? 정부는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수용성 확보를 위해 발주법 등을 통해 각종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경주는 중저준위 방폐장의 정책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지원사업과 특별지원금, 그리고 고준위폐기물을 가지고 나간다는 약속까지 더 하였다.

2016년까지 고준위폐기물을 경주 밖으로 가지고 나간다는 약속뿐만 아니라, 2015년 연말까지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하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은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지하 실험시설과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의 건설에 대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계획이 수립되어야, 경주시에 있는 고준위 폐기물들이 언제까지 어떠한 형태로 관리되고, 저장시설로 이송되는지 결정이 된다.

그러나 2016년 총선과 맞물리며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은 발표되지 않았고, 경주시민들은 고준위폐기물이 언제까지 경주에 계속해서 보관되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6년까지 고준위폐기물을 가지고 나간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도 없을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 수립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그 누구도 이 상황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라는 위험한 물질을 저장하고 있는 시설물은 일반공작물로 시멘트 저장시설과 동일한 절차로 지자체에 신고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신고서에는 저장시설의 저장물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어있지 않다. 즉, 사용후핵연료 또는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고 있다는 정보가 신고서에는 누락되어 있다. 한수원에게 신고서 공개를 요구하였으나, 보안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만으로는 한수원이 저장물에 대한 내용을 축소하거나 은폐하여 신고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수원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만 한다.

앞서 정책수용성을 언급하였다. 정책수용성 확보를 위해 정부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하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뢰형성이다. 주민들의 신뢰는 금전적 이익만으로 확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신뢰를 돈으로 사려한다.

2016년까지 고준위폐기물을 경주 밖으로 가지고 나간다는 약속, 경주에는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을 건설하지 않겠다는 약속, 2015년까지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약속, 그 어떠한 약속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를 신뢰할 사람은 없다. 뿐만 아니라, 위험한 물질을 저장하고 있으면서도 여기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시민들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자들은 더더욱 신뢰할 수 없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신고서를 공개하여 입증할 책임이 있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기관을 주민들은 신뢰할 수 없다.

신뢰는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바탕으로 쌓는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은 서로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만 형성되는 것이다. 경주시민들에게는 한수원과 정부에 대한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 책임을 지지 않는 자, 투명하지 못한 자, 주민들을 속인 자 그들이 바로 정부와 한수원이다. 주민들에게 그들은 거짓말쟁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간과한 체, 지원금이라는 당근으로 신뢰를 사려고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믿음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 첫 단계가 바로 지난 과거에 했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계획 발표가 늦어졌다면, 정부는 반드시 여기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해야만 한다. 관리계획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주민들이 겪게 되는 혼란은 가중된다. 두 번째로 법률의 공백과 미비점으로 인한 실책들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투명한 정보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신뢰를 사려고 하는 것은 1층 없이 2층을 지으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와 한수원은 지역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방법을 찾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한수원은 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동반자는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CBN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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