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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주신 선물


CBN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07월 25일
↑↑ 이정선 수필가
ⓒ CBN 뉴스
고요한 새벽의 공기 속으로 가만히 들어와 앉는다. 창밖은 어둠이 거리의 가로등 불빛아래 잠잔다. 동쪽 베란다 넓은 창에는 장식품처럼 조각배 닮은 그믐날과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은은하게 빛을 낸다. 새벽이다. 하루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벽이다.



힘껏 기지개를 편다. 손바닥을 비비고 손날도 비비며 손등끼리도 비비다가 손깍지를 끼고도 비빈다. 손에 온기가 퍼져 이내 머리가 맑아지고 유쾌하고 상쾌한 나만의 시공간 속으로 동그마니 앉아서 하루의 문을 연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 시간은 에너지를 축적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또한 이 시간은 일 년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의 음성이 그리운 시간이다.



나의 아버지!



우리 5남매에게 살아가는 동안 꼭 필요한 멋진 선물을 하나 주셨다. 군인이셨던 멋진 아버지는 제대하신 후에는 예비군 중대장을 하셨다.



우리는 자랄 때, 아침에 해가 떠오를 때까지 이불 속에서 꼼지락대며 늦잠 한번 자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소원을 이룰 수가 없었다.



아버지의 오랜 습관, 몸에 베인 습관이 우리들을 새벽 6시이면 어김없이 “자~! 기상! 기상!” 힘차고 우렁찬 목소리로 기상을 외치신다. 방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찬 기운을 넣으시며 이불을 걷어버리기 때문에 달콤한 잠을 더 이상 잘 수가 없다. 떨어지지도 않은 눈을 부비며 바로 집 앞에 있는 개울가에 나가서 정신이 번쩍 들게끔 찬물에 세수를 해야만 했다.



반쯤 감긴 눈으로 각자가 맡은 역할분담을 수행했는데 그건 나이와 성별에 따라서 방 청소, 토끼나 염소 먹이주기, 소의 죽 끓이기, 마당 쓸기 등 조금씩 달라지곤 했다. 맡은 일을 하다보면 어느 새 잠이 활짝 깨어 맑아지곤 했다. 역할활동을 하고 남은 시간은 무엇을 해도 간섭은 하지 않으셨지만 책읽기를 좋아한 나는 늘 독서로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 주신 선물은 바로 새벽시간이다. 어릴 때는 너무나 일어나기 싫어했던 그 시간이 이제는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상쾌한 하루를 여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 5남매가 모두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새벽에 한결 같이 일찍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무리 늦게 잠을 자도 저절로 몸이 새벽을 알고 일어들 난다. 자명종 같은 건 필요도 없다. 자명종에 의지해 일어난 적이 없지만 아예 필요하지도 않다.



얼마 전 까지 5시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났는데 이제 나이가 들수록 그 시간이 점점 빨라져서 지금은 보통 4시면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서 좋아하는 음악 틀어두고 독서를 하며 지금처럼 글을 쓸 때가 많다.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정화시키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해 나간다. 또 신선한 공기를 가르며 음식물 쓰레기나 재활용품을 처리하는 시간도 새벽에 하는 일 중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한 학기 남은 사이버 대학의 학과공부를 하는 시간도 주로 새벽이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 일어나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할 때면 시간이 참으로 알차다.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이며 오롯이 나만을 위해 사용하는 이 시간은 서 너 배의 효과를 안겨준다. 새벽은 나에게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며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시간이다.



'세살 적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 는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아버지는 우리들에게 참 좋은 선물을 주셨음을 돌아가시고 나니 새록새록 와 닿는다. 그 때는 일찍 일어나기가 죽기보다 싫었는데 새벽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요즘에서야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 눈물나도록 고맙다.



새벽마다 그리워질 아버지의 기상 목소리가 그리워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사람은 죽으면 하늘에 올라가서 별이 된다고 어릴 적부터 그렇게 믿어온 나에게 은은하게 빛을 내며 자꾸만 나를 이끈다. 저 새벽별은 유난히 아버지를 닮았다. 하늘나라로 가시기 전에 아버지에게서 들은 마지막 말은 "안녕~" 이었다. 기상이라고 힘차게 울리던 소리와 힘겹게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안녕이라고 말한 아버지의 음성은 묘하게 내 귓가에 합성을 일으키며 윙윙 거린다.





맑은 새벽에 아버지가 주신 선물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다시 올려다 본 하늘은 서서히 밝은 빛으로 채워져 간다. 오늘도 나는 일찌감치 출근하여 누구보다 먼저 창을 열 것이다. 신선한 공기가 밤새 갇힌 공기를 몰아내고 교실을 가득 채우는 이 시간을 즐기며 생기 넘치는 아이들의 웃음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며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수첩에 적어나갈 것이다. 아버지가 주신 소중한 선물에 감사하면서 새벽에 이은 아침 시간의 여유와 상쾌함을 즐길 것이다.



☆ 작가 프로필 : 이 정 선 ( 李定宣 )



ㅇ 태어난 곳 : 충남 논산

ㅇ 내 꿈이 자라난 곳 : 경북 경주

ㅇ 현 거주지 : 대구시 달서구 와룡로 169. 107동2304호 (감삼동. 월드마크웨스트엔드 )

ㅇ 대구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ㅇ 고려사이버대학교 청소년학과 졸업



ㅇ 대구문협회원,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원, 영호남수필문학회 회원

ㅇ 수필로 등단후 수필과 동시를 주로 씀

ㅇ 대구신문에 교육칼럼연재, 자유기고가로 활동함

ㅇ 대구에서 초등교사로 재직중










CBN뉴스 기자 / 입력 : 2013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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