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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화 화가 이도우 화백 ˝누드요? `벗은 게 아니라 입지 않은` 거지요!!˝


CBN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5월 13일
↑↑ 이도우 화백 작
ⓒ CBN뉴스 - 경주
[김영길 위원]누드요? ‘벗은 게 아니라 입지 않은’ 거지요 서양 누드화의 동양적 만남-누드는 자연일 뿐!

한국의 화단에서 누두화가로 제법 이름 석자를 올려놓고 있는 이도우 화백을 찾은 것은 목련꽃이 막 피려고 움트기 시작하는 따뜻한 봄날이었다.

천북 불고기단지와 왕신 못을 조금 지나면 왼쪽에 대여섯 가구가 살고 있는 자연부락 ‘새터마을’에 이도우 화백의 화실이 있다.

이 화백은 작업실을 넓히려고 한창 공사 중이었다. 이 화백은 철도관사에서 태어나 화랑초, 월성중, 문화고와 동국대 미대(84학번)를 나와 줄곧 경주 시내에서 살았지만 안태 고향은 현재 살고 있는 강동면 왕신 2리 바로 이곳이란다.

63년생이니 반 세기만에 고향 땅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금의환향이라던가, 권력이나 돈을 갖고 환향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화가라는 이름과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왔다.

이 화백의 작품의 소재는 여인의 나체다. 여인의 누드를 그린다. 40년 가까운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 오로지 여성의 누드만 그려온 화가로, 전국에서도 누드화를 그리는 프로 전업작가 5-6명 중의 한 사람이다.

우리나라 화단에서는 제법 유명하다. 누드화가 뭐 특별한 분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체화는 고대미술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이 그려 온 미술장르의 주요 분야다.

우리는 르느와르 등 많은 누드화를 교과서에서부터 보아왔다. 작품의 대상이 풍경이나 꽃이니 혹은 비구상이면 어색하지 않고 여인의 나체는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미술사적으로 보면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영화나 SNS를 통해서 관음적인 만족을 느끼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품격이 있음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나는 여인의 몸을 통해 세상을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누두화가다. 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이며 고로 누드는 벗는 것이 아니라 입지 않는 것이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 화백은 세상에서 기장 아름다운 존재는 엄연히 자연일 것이고, 그리하여 자신은 여체 역시 자연의 일부인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성성(女性性)의 숭고함과 영속함이 인류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게 아니냐며 마치 여성을 남성에 비해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생각은 무식하거나 착각의 소치가 아니냐며 힘주어 말한다. 노자(老子)의 생각과 맥을 같이 하는 듯하다.

이 화백의 설명을 들으면 자신의 누드화는 그저 아름다운 자연을 소재로 그린 그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 어느 분야의 그림이든 작가가 세상을 보는 느낌이나 철학이 배어 있듯이 누드화 역시 이와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체화 역시 작가가 세상을 보는 철학이 있고, 그림 속 여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 화백의 작품에는 또 ‘어떤 순간’이 배어 있다.

아마추어 모델임이 분명한, 낮선 남자 앞에서 적잖이 부끄러워 했을 젊은 여인이,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린 ‘찰나’가 담겨 있다.

무심한 듯 입체적인 표정으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움에 보일듯 말듯 파르르 떨고 있는 여인의 부끄러움마저 느껴진다. 섬세하고 정교하다는 느낌이 든다.

분명히 나이프(그림용 칼)로 그리는 유화물감이지만 마치 수묵화처럼 모노톤(Mono Tone)으로 처리된, 이 화백이 처음 시도했다는 이 기법은 영락없이 나체화를 그리기에 어울리는 것 같다. 묵으로 그린 동양화 느낌도 준다.

습작을 포함하면 수만장을 그렸을 여체가 이젠 익숙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결코 그렇지가 않단다. 가령 모델 없이 대충 그린 그림은 평론가는 물론이지만 일반인도 금방 알아챈단고.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이 화백은 절대로 모델 없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아무리 강단있는 여성이라도 자신의 몸을 화가에게 내놓는 것이 쉽지 않을 법. 이 화백은 모델 구하기가 그림 그리기보다 더 어렵다고 고백한다.

모델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수년 동안 공(?)들인 예가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 술 마시고 대화를 나눌 때면 당장이라도 용기를 낼듯 하다가도 막상 옷을 벗어야 할 때는 대부분 망설이거나 용기를 접는다고 한다. 어떨 때는 모델이 없어 내리 몇 달 작업을 못할 때도 적잖았다고 한다.

이 화백은 매일 소주 2병 이상을 마시는 애주가로 알려져 있다. 작업실에는 항상 술이 준비되어 있다. 주로 서울 등지에서 찾아오는 예술계 인사들과 작업실에서 술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경주 시내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나가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는 선·후배와 어울리면 그런대로 의미가 있지만 서로 개성이 강한 때문인지 종래에는 싸우기 일쑤인 상황이 싫어서다. 대신 집에 찾아오는 동지들과 주로 술을 마신다고. 1차 술 마시고 2차는 화실에 있는 누드화를 보면서 술잔을 기울이면 그림 속의 여인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같은 데 굳이 비싼 돈을 들여 룸살롱 갈 이유가 없다고. 혼자 술 마실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 속의 여인들과 대화를 한다니 가히 몽환적이거나 낭만적이다.

에술가의 특권이기도 하리라. 3차는 또 황토방으로 옮겨 한잔 하면 그야말로 다 해결되는데 굳이 시내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들어보니 그럴듯하다. 언제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이 화백 화실에서 3차까지 술 마시기로 언약하고 헤어졌다.

경주에서 두 번 개인전을 열기도 했지만 주로 서울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4년 서울 청담동 칼리파 갤러리에서 ‘花無十日紅’전을 열었고, 단체전과 초대전, 테마전에는 수백 번도 넘게 참여했다.

내년에 개인전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장소는 미정이다.
CBN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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