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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도시! 입맛은 천년 전 그대로?˝


CBN뉴스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25일
↑↑ 임정우 한국인적자원개발연구원 원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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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우 | 한국인적자원개발연구원 원장 | 칼럼니스트] 경주가 품은 역사문화의 깊이는 천년을 넘어선다. 그러나 이 도시의 음식문화, 즉 먹거리에 관한 평가는 여전히 “아쉽다”는 말로 수렴된다.

APEC 개최를 계기로 글로벌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경주에 있어,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체류의 이유’이자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어야 한다.

관광객의 경주에 대한 공통된 인상은 이렇다.
“대표 음식이 뭐죠?”
“맛집 찾기가 어렵고, 음식이 자극적이에요.”
“아침에 문 연 식당이 없어요.”

이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경주의 관광 만족도를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황리단길 인근의 상권은 분명 발전했지만, 여전히 관광객의 대다수가 이 일대에 집중되고 있다. 그 외 지역은 상대적으로 ‘관광 사각지대’로 남아 있으며, 이는 도시 전체의 균형 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

또한 경주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한우 사육 기반을 갖추고 있음에도, 브랜드 인지도는 횡성한우, 평창한우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현재 ‘천년한우’라는 브랜드가 있으나 대중적 파급력은 미흡하며, ‘경주한우’라는 이름 자체를 모르는 관광객이 태반이다.

품질은 우수하나 스토리와 마케팅이 부족한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조식 인프라’ 부족이다.

관광도시의 특성상 외지 관광객들은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사찰 방문, 트레킹, 고궁 탐방, 이른 열차나 버스 일정 등 아침 활동 수요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경주는 조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부분의 식당이 오전 11시 이후에야 문을 열고, 일부 해장국 전문점을 제외하면 이른 시간에 식사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문을 여는 몇몇 식당조차도 현지인 위주로만 알려져 있어 외지 관광객이 쉽게 접근하거나 정보를 얻기 힘든 구조라는 점이다.

과거 ‘팔우정 해장국 거리’처럼 아침 식사 명소로 불리던 지역도 현재는 1~2곳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대부분 폐업하거나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이는 관광도시로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식사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일부 유명 맛집을 제외하면, 식당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관광객은 네이버·유튜브 검색에 의존하게 되고, 이로 인해 로컬 명소나 숨은 맛집은 외면당하거나 검색에서조차 제외되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신라의 밥상’처럼 역사문화와 연계된 향토 음식 콘텐츠를 개발해 대표 먹거리를 브랜딩할 필요가 있다.

‘경주한우’와 ‘천년한우’를 병행 마케팅하여 한우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브런치와 전통죽 등으로 구성된 ‘조식 인증제’를 통해 조식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젊은 층의 입맛을 반영한 음식 콘텐츠를 발굴하고 청년 셰프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
‘Young Food 10선’ 같은 트렌디한 테마도 제안할 수 있다.

‘백년가게’ 같은 노포를 적극 발굴해 경주의 삶과 문화를 담은 미식 콘텐츠로 육성해야 한다.

비건, 저염식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문화 식단 가이드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황리단길에 집중된 ‘맛지형’ 편중 현상을 완화하고, 교동, 인왕동, 성건동, 팔우정 등으로 맛지도를 확장할 수 있는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도시 전체가 살아 숨 쉬는 진짜 관광도시, 진짜 미식도시 경주로 거듭날 수 있다.

관광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음식은 그 발걸음을 머물게 만든다.

지금 경주는 움직임은 있으나 머무름이 부족한 도시다.
기억에 남는 식탁 하나, 되돌아가고 싶은 맛집 하나 없이 떠나는 도시는
결코 지속가능한 관광도시가 될 수 없다.

경주는 천년의 유산을 가진 도시이지만, 천년의 맛을 제대로 지키고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 끼 식사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식탁 위에서 신라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그 이야기가 도시 전체로 확장될 수 있도록..
이제 경주는 ‘천년의 맛’을 브랜드로 삼아야 할 때다.

글로벌 관광도시를 꿈꾼다면, 그 첫걸음은 ‘먹거리’의 재발견이다.
CBN뉴스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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