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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요? 타고난 운명으로 알고 살지요. 뭐”

- 세탁업 경주시지부장 김종민 회장의 삶 -
CBN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5월 13일
↑↑ 김종민 세탁업 경주시지부장
ⓒ CBN뉴스 - 경주
“봉사요? 타고난 운명으로 알고 살지요. 뭐”

주위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으나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는 바람에 이웃에 사는 정인환 풍수를 대동하고 억지로 인터뷰를 시작한 첫 마디 말이다.

터미널 근처 중부동에서 「조은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종민 경주시 세탁업협회장(65년생.이하 김 회장)이 이 곳에 터를 잡은 2000년도까지만 해도 김 회장은 그저 조그만 세탁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생활인이었다.

그러던 김 회장에게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된 것은 2004년.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가 청년회에 가입해 보라는 권유를 받아들여 내친김에 방범대까지 들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김 회장의 봉사인생이 본격적으로 막을 열게 된다.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면 그것으로 생활을 영위하고, 사업을 하여 번 돈으로 살면서 조금씩 저축하고 살면 되는 줄로만 알았던 김 회장은 청년회와 방범대 활동을 하면서 비로소 ‘세상에는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직장생활을 접고 세탁업을 시작한 처음 몇 년간은 어려운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근면하고 충실하게 일을 하여 성실하고 착한 아내 그리고 아들과 딸 둘 가족들과 단촐하지만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살았다.

조금씩이나마 저축도 했다. 그러나 청년회에 가입하면서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사회 여러 곳에는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봉사를 통하여 보람과 긍지를 느꼈고, 또한 그래서 우리 사회가 점점 밝고 건강해 진다는 것을 몸소 경험을 통해서 알고 느끼게 된 것이다.

이후 김 회장의 봉사인생은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했던가.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듯 이름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다.

중부동 자유총연맹 분회장, 주민자치위원, 시민명예경찰, 적십자사 분회장, 체육회, 의용소방대 등 봉사단체라면 몸을 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2013년부터 2년간은 경주시 자율방범대연합회장도 지냈다. 자율방범대 지원에 관한 시 조례안도 만들었다.

김 회장이 이렇게 각종 봉사활동에 전념하느라 가정과 업에 소홀했던 초창기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너무 심하지 않느냐. 적당히 하라’는 말로 걱정도 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봉사활동을 하는 남편이, 아빠가 이제는 자랑스럽다고 한단다. 부창부수(夫唱婦隨)가 된 셈이다.

“그 동안 여기저기 봉사활동 하느라 시간을 비운 사이 일을 하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특히 미안하고 고맙다”는 김 회장은 결혼 후 지금까지 하루 10시간 넘는 노동을 하면서 가정을 꾸려온 아내에게 재차 고마움의 말을 빼놓지 않는다.

“정말 사심 없이 일합니다. 몸 사리지 않고요. 자기 일처럼 그렇게 열심히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함께 방범대에서 활동한 동료의 말이다.

외동 활성리가 고향인 김 회장은 경주공고를 졸업하고 남들처럼 인천시에 있는 통신캐이블을 만드는 회사에서 3년간 근무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현대호텔 세탁실(LAUNDRY SHOP)로 옮겨 10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10년간 각국 정상들과 고 정주영 회장, 그리고 공연차 호텔을 찾은 나훈아와 패테김 등 유명인사들의 의상을 처리한 경험이 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정주영 회장의 검소함과 우리나라 보통사람의 옷보다 후줄근한 가봉 대통령의 옷이 기억에 남는단다.

호텔에서 10년동안 세탁업무를 했지만 막상 개업하고 나니 세탁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더라는 김 회장의 고백이다. 특히 대체로 깨끗한 호텔손님의 옷보다 상대적으로 덜 깨끗한 서민들의 옷을 세탁하고 관리하는 일이 더 어렵더라는 것. 그래서 우연히 알게 된 대전시에 있는 클리너스 클럽이라는 곳에 매달 한번씩 방문하여 세탁에 관한 전문지식을 습득한 게 지금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15년 동안 세탁업에 종사했지만 전문기술은 역시 다르더라는 것. 소위 ‘쉽고 빠르고 깨끗하게’ 세탁하는 기술을 습득하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회원들을 가게로 초청하여 무료로 가르쳐 주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회원들의 전화를 받을 때는 마음이 뿌듯하다고 전한다.

경주에서 유일하게 부부가 함께 세탁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경주엑스포 무대의상 공식협력업체를 2년 동안 맡아 하기도 했다.

세탁업을 하면서도 김 회장의 봉사의 손길은 그치지 않는다. 2주에 하루씩 경주시 지체장애인들의 이불 빨래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나라의 속담이던가. ‘한 시간을 행복하려면 낮잠을 자라. 하루가 행복하려면 낚시를 하라. 한달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라. 일년을 행복하려면 부모의 유산을 받아라. 평생을 행복하려면 봉사를 하라’ 김종민 회장의 끊임 없는 봉사정신에 새삼 생각나는 말이다.
CBN뉴스 기자 / 입력 : 2016년 0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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