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기자]= 앎이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최근 발행된 윤범모의 시집 '토함산 석굴암'에 실린 시의 한 대목이 화제다.
본존불 오른 손 두 번째 손가락에 살포시 포개진 세 번째 손가락이 부처님의 깨달음을 표현 내지 상징함을 시로 나타낸 글 때문이다. 최근 여러 언론의 시평과 함께 '문학청춘' 봄 호에 게재된 문학평론가 호병탁의 평론이 널리 인구에 회자되면서부터다. 평론의 일부를 발췌해 보자
‘두 개의 손가락을 살포시 포갠 불상은 본 일도 없거니와 설령 보았다 하더라도 무심코 지나는 게 상례가 될 것이다. 나도 작품을 읽으며 포개진 손가락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역시 윤범모의 예사롭지 않은 안력은 투철하다. 손가락은 깨달음의 순간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작품의 후기에서 불교미술사를 공부하던 청년시절 석굴암과 맞대결했지만 “석굴 안이 어두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이 어둠으로 가득차” 갈등과 좌절의 시간만 갖게 되었고, 바로 그때 본존상은 그 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손가락을 시인에게 보여 주었고 그 의미를 캐기 위한 깊고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포개진 손가락은 시인 내면의 어둠을 걷어내 정진의 길로 들어서게 하였고 결국 이 장편서사의 탄생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평생 석굴암을 흠모해 왔다는 윤범모 시인은 시집 후기에서 “돈황석굴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석굴 등을 답사하면서 석굴암이 실크로드의 종착점에서 이룩한 거대한 결정판”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시집을 낸 윤범모 씨는 가천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중견 미술평론가다. 20여권의 저서를 출간한 미술이론가이면서 시인이기도 하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장 미술가로, 큐레이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시․기획 전문가로 (사)한국큐레이터협회장과 한국근현대미술협회장도 맡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를 총괄지휘 하는 등 우리나라에서 이 방면의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윤범모 씨는 박근혜 정부 제2기 문화융성위원장으로 간 표재순 감독 후임으로 지난 1월 21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총감독으로 새로 위촉됐다.
지난 3월 5일 개장한 엑스포 상시개장과 함께 내년 11월 베트남에서 개최될 예정인 엑스포의 전시․기획 분야를 총괄지휘한다.
윤 감독은 “다양한 행사와 전시 등을 기획한 경험을 경주에서 쏟아냄으로써 엑스포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감동을 주는 문화담론을 이끌어내는 생산적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주에는 청년시절부터 수십 번도 더 다녀갔다. 지인들도 많다. 1951년생으로 천안이 고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