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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진병길 신라문화원장 ˝서악마을 이야기˝ 발간

- 문화유산, 활용이 보존이다 “들어가지 마세요, 만지지 마세요” 시대에서 체험과 활용의 시대로 -
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입력 : 2024년 06월 05일
↑↑ 서악마을 이야기
ⓒ CBN뉴스 - 경주
2024년 5월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청으로 명칭과 체제가 대대적으로 바뀐다. 2010년대부터 기존의 보존 중심적인 문화재 정책은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문화유산은 단순한 보존에서 한 발자욱 더 나아가 적극적 활용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숱한 우려와 고민들을 넘어설 대안과 사례는 아직 많지 않은 실정이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의 집합체인 경주의 서쪽 선도산 아래 ‘서악마을’은 지난 14년간 신라문화원의 고집스런 노력으로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드문 사례로 알려져 왔다.

특히, 문화유산 주변의 경관과 마을까지 포괄해서 활용의 대상으로 삼은 선도적 노력으로 풍성한 활용 사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삼층석탑을 보존하면서 계절에 따라 작약과 구절초가 펼쳐지는 꽃밭을 조성해서 축제를 열었는가 하면, 서원과 서당에서는 숙박을 통한 고택 체험과 더불어 전통 문화와 현대 문화가 만나는 행사를 기획해 왔다. 마을의 담을 낮추고, 잡목을 제거해서 산기슭의 고분이 시원하게 보이도록 사통팔달의 경관을 연출한 것은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이 어떤 방식으로 결과물을 내어놓을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책은 그간의 문화유산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지, 지역의 민간 단체가 어떤 창의적 노력을 해왔는지, 마을과 관청, 그리고 기업이 어떻게 협업을 해왔는지, 앞으로 어떤 과제를 놓고 씨름하는지를 잘 담아내고 있다. 특히 문화유산 활용, 마을 가꾸기 등에 풍부한 사진 자료를 담고 있어 최근의 로컬문화 개발 흐름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실전 가이드북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목차
서문 “문화유산, 활용이 보존이다” (진병길)


제1부. 서악마을의 어제
01. 서악마을은 어떤 곳인가?
서악마을/ 서악마을의 설화
02. 서악마을의 문화유산
- 선도산 일대/ 마애여래삼존입상/ 선도산 바위 성혈
- 태종무열왕릉 일대/ 서악동 고분군/ 태종무열왕 능과 비석/ 서악동 귀부/ 김인문묘/ 김양묘
- 선도산 고분군 일대/ 선도산 고분군/ 진흥왕릉, 진지왕릉, 문성왕릉, 헌안왕릉/ 서악동 삼층석탑
서원과 서당/ 도봉서당/ 서악서원

제2부. 서악마을의 오늘
03.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문화재 돌봄사업/ 서악서원/ 도봉서당/ 삼층석탑/ 선도산 고분군/ 서악동 고분군 뒤편(보희연못, 죽궁장)
04. 서악마을 가꾸기 사업
문화재 마을, 반갑지 않아요/ 마을 담장을 낮추고, 색깔을 바꾸다/ 2016년 경주 지진이 맺어준 인연/ 주민들의 호응과 희생/ 문화유산이 된 마을

제3부. 서악마을의 내일
05. 주목받는 서악마을
문화유산 활용 혁신 사례/ 서악마을은 새로운 모델인가?/ 문화공간이 필요하다/ 국제적 명소로 도약하려면/ 마을공동체가 해야 할 일/ 업그레이드를 꿈꾸며
06. 미래를 향한 제안
마음이 쉴 수 있는 곳/ 일과 쉼의 조화/ 오줌싸개 명소/ 화랑과 선비가 되어/ 기업과 공공을 위한 리더십 연마/ 완전히 새로운 마을 이야기

후기 "천 개의 서악마을을 꿈꾸며" (양희송)

부록
01. 신라문화원 30년의 발자취
신라달빛기행/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 문화재돌봄사업/ 경주시니어클럽/ 문화유산 활용사업/ 사회적 기업/ 주요 포상 내역
02. 서악마을 변화 모습
① 서악동 삼층석탑/ ② 선도산 고분군 정비/ ③ 보희연못 정비/ ④ 마을 담장과 축대 정리/ ⑤ 지중화 작업/ ⑥ 서악 교육장/ ⑦ 서악 문화공간/ ⑧ 스테이 경주/ ⑨ 서악연가/ ⑩ 서악 25번가

추천의 글
“국가유산청이 그리는 미래는 국가유산이 지역주민께 불편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유산이 있어서 해당 지역이 문화적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경주 서악마을은 국가유산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미리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

“「서악마을 이야기」의 뜻깊은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 책에는 지난 14년 동안 서악 마을을 민·관·기업이 뭉쳐서 힐링관광마을로 거듭나게 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매우 의미가 깊습니다. 신라 천년의 고도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1번지 경주의 아름다운 서악마을을 널리 알리게 되어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주낙영 경주시장)

책 속에서
p. 65 2008년 2월 10일, 국보1호 숭례문이 70대 남성의 방화로 전소되는 경악스런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전통 문화재의 보존 관리 실태에 대해 대단한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다. 국보1호에 대한 관리가 이런 정도라면, 다른 문화재는 얼마나 허술하겠는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정작 문화재를 직접 관리하는 담당 기관과 지자체, 유관 단체들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정책적 지원 없이는 계속 늘어가는 관리 대상 문화재의 유지 보수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참담한 현실이 있었다.

p. 71-72 문화재돌봄사업이 안팎으로 그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낸 중요한 계기가 2016년 9월 12일 경주 지진이었다. 진도 5.8의 지진과 연이은 태풍으로 경주지역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특히 지역의 특성상 광범위하게 산재한 문화재와 한옥 가옥들에 끼친 피해가 얼마나 될 것이며, 이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는 대책을 세우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문화재돌봄사업과 전국적 네트워크가 없었더라면 지진상황에서 문화재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복구하는 일에는 소수의 공무원과 전문가들만 동분서주했을 것이고, 상황 파악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서 관련 기관과 지자체는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긴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되는 상황이 길어졌다면 문화재의 훼손과 피해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p. 98-99 2011년에 신라문화원은 서악동 삼층석탑을 문화재 돌봄 대상 문화재로 올리고, 주변의 잡목과 풀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대나무가 높이 자란 공터에는 그간 사람들이 버려온 생활쓰레기가 넘쳐났다. 서악동 삼층석탑 아래쪽 도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는 땅속에 묻혀 있던 쓰레기와 베어 놓은 대나무를 10톤 넘게 처리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했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이 일을 진행하려니 서악동 삼층석탑 주위 40미터 반경의 대나무와 잡목과 돌을 제거하고 비탈을 평탄하게 다듬는 데에만 2년이 걸렸다. 무성하게 자라나 시야를 온통 가리고 있던 대나무 숲을 제거하자 비로소 서악동 고분군에서도 삼층석탑의 탑신이 눈에 환하게 들어왔다.

서악동 삼층석탑 주변에 꽃을 심기로 했는데, 2013년에 안동에서 가져온 국화가 진초록 잎사귀 사이로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자 비로소 서악동 삼층석탑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켰다. 진병길 원장은 전라북도 부안 변산반도에서 자라는 구절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하얀색 청초한 꽃잎이 노란 국화보다 탑 주변에 더 어울릴 것이라 판단한 그는 2016년에 변산반도를 직접 찾아가 27,000 송이의 구절초 꽃뿌리를 구해와 탑 주변과 마을에 심기 시작했다.

P. 164-165 서악마을 역시 자세히 뜯어보면 매우 두터운 시간의 층위를 보유한 곳이다. 이곳에는 신라 시대의 역사가 서린 여러 설화가 스며 있고, 왕과 귀족들의 삶과 죽음을 집약한 고분의 공간이기도 하고, 불교의 유적뿐 아니라 유교의 서원과 서당이 각각 존재감을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근대화 시기에 지어진 전형적인 건물과 전통 한옥이 공존하고 있고, 최근의 경향을 반영하는 공간들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전면에 부각된 공식적인 문화재가 있어서 ‘문화재가 있는 마을’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저마다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문화유산이 된 마을’로 성장하기에 손색이 없다. 자꾸 무언가를 덧씌우고, 치장하려 하기보다, 비워내고, 걷어내어서 이 마을이 줄 수 있는 시공간의 단층이 더 잘 눈에 들어오도록 하는 안목과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재는 문화재답게, 마을은 마을답게 정돈해서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살아가면 되는 그런 공간이면 충분하다. 여행자들도 그런 모습을 볼 때 최고의 여행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발걸음을 따라 천천히 서악마을 일대를 걷다 보면 여행자들은 자연과 전원 풍경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역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밀도 높은 경관은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출판사 제공 책 리뷰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의 살아있는 현장 이야기’

<서악마을 이야기>는 2010년대에 시작된 문화유산돌봄사업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담아낸 책이다. 이 사업은 제1회 정부혁신박람회(2019)에서 문화재청의 혁신사업으로 선정되어 소개되기도 했고, 대통령상을 비롯하여 여러 번 국가기관의 상을 받은 바 있다. 풍부한 사진과 안팎의 이야기를 통해 문화유산 활용, 도시재생, 마을 가꾸기, 로컬 크리에이티브 사업 등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통찰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서악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마을 전반의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더욱 깊이 마을을 즐길 수 있는 내용을 제공할 것이다.
↑↑ 진병길 원장
ⓒ CBN뉴스 - 경주

저자 소개
진병길 (신라문화원 원장)
현) 한국문화유산 활용단체 연합회 회장
전) 한국문화유산돌봄협회 회장
동국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경주대에서 관광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신라문화원을 설립해서 경주 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 활용하는 활동을 해왔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대통령상, 문화관광부 장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1994년 시작한‘ 달빛기행’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활용 및 야간 관광 활성화의 계기를 제공했고, 경주에서 진행된 수많은 문화행사와 기업과 관공서 연수 프로그램의 숨은 기획자였다.

양희송 (출판 및 문화컨설팅 해리하우스 대표)
경주에서 초중고를 마쳤고,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문화운동 영역에서 일해왔다. 고향으로 귀향해서 <낭만 경주>, <모던 경주> 등 더 깊은 경주를 탐험하고 소개하는 책을 쓰고 있다.
harryhouse134@gmail.com
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입력 : 2024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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