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경주예술의전당 | ⓒ CBN뉴스 - 경주 | | [CBN뉴스=이재영 기자] 계절을 떠나 1년 내내 둘러보기 편한 여행지는 많지 않다. 미술관은 일부 야외 설치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술품의 보존을 위해 실내에 전시하고,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맞춰 놓아 미세먼지와 궂은 날씨를 걱정할 필요가 없이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기간마다 전시 내용도 바뀌어 똑같은 곳을 찾아와도 질리지 않는 재미가 있다.
도시 전체가 지붕없는 노천 박물관으로 발길 닿는 곳마다 수많은 역사유적과 문화재로 넘쳐나는 경주에는 알천미술관, 솔거미술관, 혼자수미술관, 우양미술관 등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천년고도의 감성을 책임져 온 다양한 미술관이 있어 하루쯤은 ‘경주 미술관 테마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지역 예술가의 아지트,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알천미술관은 경주예술의전당 지하 1층에 위치한 갤러리 달과 별, 4층의 갤러리 해와 어린이 갤러리를 비롯한 전시실과 부속시설, 그리고 지상 1층의 열린 전시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2015년 경상북도에서 10번째 등록미술관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지역 향토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다양한 소재를 테마로 삼은 기획 전시를 열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 전시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경주 작가 릴레이展’을 이어오고 있다. 오는 7월 8일까지는 올해 세 번째 릴레이전으로 오동훈 작가의 전시를 지하1층 갤러리 달에서 열리고 있다. 버블맨으로 불리는 오동훈 작가의 작품은 금속 재료를 가지고 금방 흩어지고 사라져버리는 비눗방울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황금개띠해에 어울리는 강아지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 | | ↑↑ 어린이체험전(홍승혜 작가의 점선면) | ⓒ CBN뉴스 - 경주 | |
4층 어린이 갤러리에서는 어린이의 미적 경험과 미술 교육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형상의 출발이 되는 점, 방향을 가진 선, 넓이와 공간을 만들어내는 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어린이 체험전 : 홍승혜 작가의 점. 선. 면’이 개최되고 있다. 경주문화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시각적 감상을 넘어 어린이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점과 선, 면의 개념을 쉽게 체득하고 생활 속 사물과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한편 1층 전시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전 ‘바라, 봄’이 오는 9월까지 전시 중이다. 새로움과 시작을 의미하는 작품들을 보며 올래 소망하고 희망하는 것들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낸다.
□ 박대성 화백의 작품을 만나다. ‘솔거미술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우뚝 솟은 경주타워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잘 정돈된 공원 뒤로 아평지 연못가에 자리한 솔거미술관이 보인다. 빈자의 미학을 실천하는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미술관 건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이 830여점의 작품 기증으로 건립된 솔거미술관은 경주의 첫 공립미술관으로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 | | ↑↑ 소산 박대성 화백(경주 삼릉비경) | ⓒ CBN뉴스 - 경주 | |
현재 전시실에는 소산 박대성 화백의 ‘수묵에서 모더니즘을 찾았다-두 번째 이야기’가 오는 9월까지 열린다. 입구로 들어서면 세로 4미터, 가로 8미터의 대작 ‘경주삼릉비경’과 ‘금강설경’, ‘아! 고구려’ 등 신작 60여점과 1996년 작품 ‘천년배산’이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 외에도 ‘반구대 소견’, ‘제주 천제연 폭포’ 등 대작부터 ‘황산곡 초서’, ‘완당 김정희 서’ 등 다양한 서예 작품까지 신작과 기존 소장품 100여점을 접할 수 있다.
어려서 왼손을 잃은 소산 선생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도 오로지 독학과 실력으로 대가의 경지에 올랐다. 남산 삼릉부근에 정착해 남산의 탑, 소나무, 불국사, 분황사 등 경주 신라의 혼과 정신을 표현하는 대형작품을 꾸준히 남기고 있다. 특히 수묵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현대적 재해석으로 창조성을 표현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자리를 빛냈던 ‘장백폭포’와 ‘일출봉’도 바로 그의 작품이다.
한편 미술관 내 미로 같은 작은 전시실들을 거쳐 제3실에 들어서면 예상치 않은 작품을 만나게 된다. 최근 SNS상에서 핫한 포토 스팟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제3전시실의 벽면을 틔워 통 유리창으로 만든 프레임 속에 아평지 연못과 주변 자연경관을 그대로 담아 한 폭의 미술작품처럼 관람할 수 있도록 한 ‘움직이는 그림’은 기존 미술관과 차별화되는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 혼이 담긴 자수가 빛나는 곳, ‘혼자수미술관’ 혼자수미술관은 경주 도심 고분군이 위치한 봉황대 광장에 자리잡고 있다. 혼자수(魂刺繡)는 전통자수를 현대화시킨 이용주 작가만의 자수기법이다. 비단실을 직접 손으로 수놓아 멀리서 보면 사진이나 극사실주의 회화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은 인간 극세예술의 한계를 보여준다. 외국에서는 한국인이 모르는 한국의 보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프랜치스코 교황,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셀린 디온 등 국내외 많은 유명인사가 이용주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 | | ↑↑ 혼자수미술관 | ⓒ CBN뉴스 - 경주 | |
이용주 작가는 실크로드의 시발점이자 동단의 끝인 경주에 터를 잡고 실크예술의 진수를 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결심으로 2014년 3월, 혼자수 미술관을 개관했다. 그는 우리 민족 전통의 가색자수법과 ‘사실감이 풍부한 손자수방법 및 손자수물’ 특허를 토대로 사진이나 회화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질감과 입체감, 사실감과 촉감까지 표현하는 스레드아트의 선구자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술관에서는 ‘자수로 다시 태어난 반 고흐展’을 만날 수 있다. 가난과 질병의 고통속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본 고흐의 작품들이 규방문화, 비주류라는 냉대속에서 자수를 현대예술로 승화시킨 혼자수로 태어났다. 고흐의 거침없는 색과 붓놀림으로 만들어진 생명감을 한땀한땀 수놓아 빛을 떠서 우리의 색감으로 살려냈다. 특히 혼자수 작품들은 같은 작품이라도 보는 위치와 조명에 따라 그림이 다르게 보여 작품 하나하나 느긋하게 감상하길 권한다.
이외에도 자수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세계 명화와 유명 인물 초상화, 경주를 표현한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어 미술관을 찾는 이들에게 이색적인 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 휴식과 현대미술의 하모니, ‘우양미술관’ 1991년 설립된 우양미술관은 개관이래 해외 미술관과 연계된 대규모 국제전을 비롯해, 현대미술을 역사적으로 조망하며 시대를 앞서 오늘의 미술 흐름을 제시해 준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보문단지 내 힐튼호텔 인근에 위치한 경북 최대의 사설미술관으로 전시뿐 아니라 각종 교육프로그램과 문화행사를 통해 지역의 중심적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 | ↑↑ 우양미술관 | ⓒ CBN뉴스 - 경주 | |
현재 전시로는 ‘그래피티 : 거리미술의 역습’과 ‘우양 소장품 전 : 예술가의 증언’이 오는 9월까지 열린다. 그래피티를 주제로 한 전시회는 ‘나이키’ ‘반스’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으로 유명세를 탄 알타임죠와 빅뱅과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속 그래피티로 주목을 받은 제바, 말레이시아의 켄치 차이 등 최고의 그래피티 작가가 참여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우양미술관에서 10일 동안 상주하며 완성한 공동 그래피티 대형벽화 작품과 각 작가들이 ‘거리미술인 그래피티의 생생한 현장감을 미술관에서 재현한다’라는 전시주제에 맞춰 대형벽화(가로 15m x 높이 4.7m)를 중심으로 평면회화, 디지털 영상 페인팅, 입체 등 다양한 기법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우양미술관 소장품전으로 열리는 ‘예술가의 증언’은 지난해 지진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돌아보며 기획됐다. 외부세계에 대한 예술가의 인식과 사유는 창작의 선행조건이며, 어떤 식으로든 용해돼 작품이라는 시대적 증거를 남긴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당시 외부 세계의 사회적 분위기, 역사적 입장, 문화의 양상 등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미술관 맞은편에 호숫가의 산책로를 따라 넓게 펼쳐진 조각 공원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조각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알렉산더 리버만, 존 헨리, 쟝-피에르 레이노와 같은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을 대나무 숲과 은행나무가 어우러진 오솔길을 따라 편안하게 즐기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경주시청 갤러리’ 경주시는 시청사를 찾는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지역 미술가들에게는 전시 공간을 제공해 시민들과 예술인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청사 복도를 문화예술 전시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전시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을 접하게 돼 다소 딱딱한 이미지의 공공청사를 편안하고 친숙한 공간으로 변모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 | | ↑↑ 경주시청 갤러리 | ⓒ CBN뉴스 - 경주 | |
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가 주관하는 경주시청 갤러리는 본관 2층과 신관 2층에는 지역 작가 위주로 기획전을 연 4회 정도 개최하고, 본관 3층과 4층에는 신라문화제 전국학생미술대전을 비롯한 지역 미술대전 수상작들을 전시한다.
현재는 2분기를 맞아 ‘하하하(夏夏夏) 시청갤러리 초대전’이 기획전으로 열리고 있으며, 지역작가 45명이 여름에 대한 이야기와 삶속에서 웃음의 여유를 가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국화, 서양화, 수채화, 공예, 서예, 문인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오는 8월말까지 전시한다.
시청사가 단순히 민원을 처리하는 곳에서 열린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예술작품에 대한 안목과 감각을 기르는 계기가 되고 있어 시민들의 호응도가 높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도 시청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갤러리를 꼭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