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 `선비, 고도를 읊다-조선시대 한시로 본 경주` 특별전 개최
- 고금운회거요(보물1158호), 대동여지도 등 전시 -
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입력 : 2018년 03월 29일
| | | ↑↑ 전시 포스터 | ⓒ CBN뉴스 - 경주 | | [CBN뉴스=이재영 기자]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은 29일부터 오는 5월 10일까지 특별전 ‘선비, 고도를 읊다-조선시대 한시로 본 경주’를 개최한다. 조선시대 문인들이 남긴 40여 편의 시와 7편의 여행기 등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오늘날 경주의 문화유산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선시대 경주는 선망하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사람들이 경주를 찾았고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옛 왕조의 자취에 주목했다. 그러면 그들은 신라의 문화유산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부는 여행기를 남겨 여정과 감상을 밝히기도 했지만 그런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들이 기억을 남기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시였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남긴 한시를 살펴봄으로써 고도 경주와 신라 유산에 담긴 기억의 켜를 돌아보고자 한다.
오늘날처럼 여행이 일상이었던 시대는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이 다양한 계기로 경주를 찾았고 그 기억의 편린은 조선시대 개인 문집에 정제된 언어, 시로 남았다. 최숙정崔淑精(1433∼1480)은 경주로 여행가는 친구를 보내며“마음에는 첨성대를 그리고, 귀에는 옥피리 소리 들리는 듯(想像瞻星表, 悠揚玉笛音)”이라고 하였다.
오늘과 마찬가지로 월성, 첨성대, 포석정, 불국사 등은 당시에도 많이 찾는 장소였다. 여행자들에게 자취만 남은 옛 왕조의 유산은 화려했던 과거를 연상케하는 공간이었다. 김수흥金壽興(1626~1690)은 포석정을 생각하며“과객은 전성기를 생각하나 이곳 백성은 경애왕을 이야기해(過客思全盛 居民說景哀)”라며 왕조의 흥망과 인간사의 덧없음을 술회했다.
정석달鄭碩達(1660~1720)은 봉황대에서 “백리 산하 장관이 펼쳐지고 천년 성벽과 해자가 돌아간다(百里山河壯 千年城沼回)”고 노래하였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봉황대가 풍수지리설에 따라 만든 인공산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월성, 첨성대, 김유신 묘 등 주변의 신라 유적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여행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던 탓에‘봉황대’를 소재로 한 시는 자체 보다 풍광을 이야기 한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시는 신라의 문화유산이 오늘에 이어지기까지 거쳐 온 궤적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품 대다수는 조선시대 개인문집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가 주목한 것은 책 안에 담긴 시이다. 이를 위하여 누구나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시 40여 편을 모두 현대어로 번역하여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한시를 소재로 한 만큼 기, 승, 전, 결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 프롤로그에서는 경주 유적의 현재 모습을 5분할 대형 스크린 영상으로 살펴본다.
▲ 기起‘한시란 무엇인가?’에서는 한시의 의미와 규칙을 소개한다. 한자 발음 사전 운서와 시의 모범으로 삼았던 명문선 등이 소개된다. 그 가운데는 세종대왕이 궁중의 서책을 보내 경상도에서 인쇄하도록 한 고금운회거요古今韻會擧要(보물 제1158호), 문장 교과서 상설고문진보대전 詳說古文眞寶大全(보물 제967호)을 볼 수 있다.
▲ 승承‘경주 오는 길’에서는 조선시대 여행기, 사행록 등을 기초로 서울 등 각지에서 경주로 오는 여정과 공무로 온 관료나 사신에게 편의를 제공했던 경주객사를 소개한다. 경주객사 동경관東京館 현판, 경주객사 관련 시문, 대동여지도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경주의 명승으로 반월성을 꼽은 조선시대 전국 유람 놀이판 해동람승도海東覽勝圖가 흥미롭다.
▲ 전轉‘고적 순례’에서는 경주의 여러 명소를 다니며 남긴 시를 소개한다. 김종직金宗直(1431~1492)의 시 불국사와 그의 운자를 사용하여 지은 후학들의 시를 비롯하여 봉황대, 괘릉, 첨성대, 이견대 등 신라유적과 옥산서원, 서악서원 등 유교 사적을 소재로 한 시를 선보인다.
▲ 결結‘옛날을 돌아보다’에서는‘동도회고東都懷古’라는 이름의 회고시와 옥피리와 성덕대왕신종으로 대표되는‘신라의 옛 물건(羅代舊物)’을 읊은 시, 그리고 7종의 경주 여행기를 소개한다. 경주부에서 보관해왔던 옥피리와 함께 그 내력을 살펴볼 수 있으며, 여행기 가운데는 당시의 생각과 모습을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특히 풍수지리설의 전래 시기 등을 근거로 봉황대 등 시내의 봉분은 인공산이 아니라 신라의 왕과 왕비의 무덤이라고 주장한 이만부李萬敷(1664∼1732)의 글은 눈길을 끈다. 한편, 전시 기간 중 특별전 연계 행사와 누리소통망(SNS) 이벤트도 운영한다. 전시 설명회로 큐레이터와의 대화(매주 목요일 15시), 문화가 있는 날 야간 갤러리 토크(1회)를 진행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한시와 시의 배경이 된 장소를 개인 누리소통망에 게재한 분들께는 매주 20명을 추첨하여 특별전 기념품을 제공한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을 넘어 신라의 문화유산으로 인도하는 창이 되고자 한다"며 "따뜻한 봄날 경주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조선시대 선비들의 시와 함께 경주 곳곳을 탐방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 입력 : 2018년 03월 29일
- Copyrights ⓒCBN뉴스 - 경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