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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 막걸리 `신경주 생막걸리`

- 달고시고 쓰지만 시원하고 감칠 맛 -
- 안재운 사장, 향이나는 고급 막걸리 생산이 꿈 -

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입력 : 2016년 10월 04일
ⓒ CBN뉴스 - 경주
[김영길 편집위원]= 한 여름 무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게 많지만 그래도 애주가에게는 시원한 걸리만한 게 없다.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값이 싸다. 우리 민족의 전통주로 우리네 삶의 곁에 늘 함께 해온 술이다.

특히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정다운 이름, 바로 막걸리다. 한국의 근대사를 살아 온 사람치고 막걸리에 대한 추억이 없는 이가 없을 것이다.

고달픈 농사일에 갈증을 덜어주고 또 영양을 공급해주던 막걸리는 농부들의 필수품 이었고, 막걸리 심부름을 하면서 논둑길에서 몇모금 꿀떡이던 막걸리 맛에 대한 아련한 추억은 시골출신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추억이리라.

단맛과 신맛, 쓴맛과 떫은 맛이 어우러진데다 감칠맛과 시원한 맛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막걸리 특유의 맛은 이미 우리 민족의 유전자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 모른다. 톡쏘는 탄산늬 시원한 맛과 달짝지근한 뒷맛이 일품이다.

그 만큼 우리 생활에 가까이에 있다. 막걸리는 효모를 발효시킨 술로 한 병에는 요구르트 100병과 맞먹는 효모가 살아숨쉬고 있다고 한다. 막걸리를 매일 적당량 마시면 변비에 효능이 있다는 말의 근거인 셈이다. 암 예방에도 효능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의외로 막걸리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이 별로 없다. 고려 말부터 조상들이 만들어 마셨다는 설이 있을 정도고, 문헌상으로는 <조선양조사>에 중국에서 들여와 대동강 일대에서 만들었다는 기록 외에는 뚜렷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민족의 술치고는 역사적 기록이 미약하다. 어쨌거나 막걸리는 우리 민족의 술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것만은 틀림없다.

경주를 대표하는 막걸리는 무엇일까? 10여개에 이르는 지역 고유의 막걸리가 있지만 ‘신경주 생막걸리’가 경주를 대표하는 막걸리다. 경주 전체 매출의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니 경주대표 막걸리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경주에서 하루 소비되는 막걸리는 대충 8천병(경주법주 쌀막걸리 제외) 내외. 이 중에서 4천병 가량이 ‘신경주 생막걸리’다. 그만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신경주 생막걸리’는 건천읍 천포리에서 생산된다. 신라전통주라는 주조회사에서 ‘토담골 막걸리’와 ‘신라전통 인삼주’도 만들지만 대표적인 술이 ‘신경주 생막걸리’다.

2008년부터 천포리에서 이 술을 만들어 왔으니 올해로 만 8년째다.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그 이유는 과거 80년대 전후 읍면 단위에서 양조장을 경영하던 사람들이 대개 그 지역 유지이자 부자였던 때문에 자식 공부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결과, 양조장 주인의 자식들 대부분이 성공하여 외지로 가버린 때문이란다. 힘들고 고된 일이기에 소위 부자 유지들이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경주에는 몇 대를 이어 막걸리 주조를 하는 곳이 사실 없다. 시골 양조장 역사의 한 단면이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 CBN뉴스 - 경주
‘신경주 생막걸리’는 2008년부터 안재운(63년생) 사장이생산하고 있다. 안 사장은 충북 옥천 태생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객지를 떠돌면서 인생 험하게 살기도 했단다.

조부와 부친도 교직에 계셨지만 안 사장은 요즘 말로 좀 삐딱하게 나간 셈이다. 대전과 서울 등지에서 좀 나간다 하는 젊은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술집도 경영해 보았지만 남는 게 없는 그저 지나고 나면 허송세월이었다고. 나이 40에야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방향을 정한 것이 막걸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고 하니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치고 좀 늦은 편이었다고 술회한다.

마침 인생의 이정표가 된 분이 있었으니 바로 외삼촌인 전린제(현 75세) 씨다. 막걸리 제조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외삼촌에게 몇 년동안 숙식을 하면서 제조법을 배웠다.

스승이자 외삼촌인 전린제 씨의 제자들이 현재도 전국에 골고루 퍼져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안 사장은 며칠에 한번은 꼭 외삼촌에게 보내어 품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안 사장의 말에 의하면 좋은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과 쌀, 기술이 3대 요소.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안된다고 한다. 안 사장은 단석산 아래 220미터 지하 암반수에다 현곡면에서 생산되는 쌀(동신정미소:최인규)을 사용한다고 한다.

여기에다 유명한 장인에게서 배운 기술을 접목시킨 막걸리가 바로 ‘신경주 생막걸리’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안 사장은 자신의 막걸리 뿐만 아니라 현재 경주에서 생산되는 막걸리의 품질은 대체로 다른 지역 막걸리보다 우수하다는 품평이다.

울산의 ‘태화루’가 유명하지만 품질 면에서 경주 막걸리에 뒤진다는 것. 안 사장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가장우수한 막걸리는 서울에서 생산되는 ‘장수막걸리’라고 한다.

역시 서울은 서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 사장의 제품도 2011년 <한국 소물리에>에서 대상을 받은 적도 있지만 그래도 서울의 ‘장수막걸리’를 따라 가기에는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

안 사장의 막걸리도 인근 포항과 영천, 군위 등지에 공급하고 있지만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처럼 가급적이면 그 지역의 술이 그래도 맛이 낫다는 주장이다. 다행이 경주의 막걸리가 품질 면에서 다른 지역의 막걸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니 막걸리 역시 애향심으로 지역 제품을 이용하기를 권장한다.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막걸리에는 방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유효기간이 한달 가량이지만 젊은 층은 탄산성분이 많은 막 출고된 제품을 찾는 반면 나이가 든 연령층은 출고된 지 10일 정도 지난 숙성된 제품을 선호한다고 한다.

안 사장은 아들 둘과 함께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월급을 넉넉히 줄 형편은 못된다고 한다. 인근 지역에 공장 하나를 더 만들 계획인데 원하면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지역 전통주에 대해 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아쉽다는 안사장은 서울 ‘장수막걸리’를 능가하는 품질의 막걸리를 만들고, 나아가 향이 베어나는 고급 막걸리를 만드는 게 목표란다.

2008년 경주 건천에 터를 잡을 당시에는 텃세 때문에 어지간히 마음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다 극복하고 친구들도 많다고 한다. 건천체육회 박대원 회장과도 친구 사이다. 건천읍 생활안전협의회와 건천라이온스에서 활동하고 있고, 현재 건천상가번영회 회장을 맡아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각종 지역 행사에 찬조금이나 물품을 내놓는다.

최근에는 3살된 늦둥이 딸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통기타를 치는 게 요즘 취미다. 막걸리 공장 사장이지만 막걸리는 2병, 소주 2병이 주량이란다.

이재영 기자 / youngl5566@naver.com입력 : 2016년 10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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