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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징검다리와 통기타


안영준 기자 / ayj1400@hanmail.net입력 : 2012년 12월 11일
↑↑ 팝피아니스트 이권희
ⓒ CBN
제3화. 징검다리와 통기타

70년대 중반쯤 우리 마을은 정부에서 계획한 거대한 리조트와 큰 댐 공사로 인해 수용지역으로 묶여지고 공사가 시작 되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농업중심에서 산업사회로 진화해 가는 시점에서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 때라 다른 마을에는 전기도 들어오고 지붕과 도로의 모습들이 바뀌어져 가고 있었지만, 우리 동네는 리조트 계획에 고립되어 10여 년간 공사 현장의 환경에서 살았다. 그때 그 현장이 지금은 골프장. 리조트. 놀이동산. 워터파크 등등의 유락시설로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붐비는 유원지 경주보문 관광 단지 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우리 마을 아이들의 놀이 풍경은 봄이 되면 보리밭에서 뛰어놀며 각종 식물 이파리로 풀피리를 만들어 불며 다녔고 죄 없는 개구리를 잡으려고 온 동네를 찾아 헤매고 다니곤 했다.

학교와 마을로 오는 지름길이 하나 있었는데 “햇볕 따뜻한 산길“ 이라 하는 뜻을 가진 “양산 길“이라는 길 이었다 . 양산 길로 갈 때면 산에 올라 진달래꽃을 한 아름 꺾어서 입술이 보랏빛으로 물들도록 맛나게 먹기도 하고 피곤하면 양지바른 무덤 곁에서 잠을 자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늘 자연에서 자란 우리에겐 무덤도 자연의 일부였으므로 무섭다기 보단 참으로 따뜻하고 포근했다고 하면 요즘 사람들은 믿을까?...

여름에는 비가 자주 왔는데 마을 앞의 강은 늘 이산 저산 합쳐진 물로 불어나 홍수지곤 했다.

그 센 물살에 징검다리는 흔적도 없이 떠내려 가버렸다.

버스를 타려면 강을 건너 큰 도로까지 가야했기에 홍수가 지나간 후에는 항상 온 마을 남자들이 전부 모여 뚝다리(징검다리)보수작업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뚝다리는 금방 뚝딱 만들어지고 또한 홍수에 뚝딱 없어져 버린다고 해서 ”뚝다리”라 불리워진것 같다. 힘 좋은 아저씨들은 서로 자기의 힘을 과시하려고 천하장사처럼 훌쩍 돌을 안고 와서 던지기도 하고 전날 술인지 뭔지 무리한 아저씨들은 쑥스러운지 돌을 굴려오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늘어놓기도 하셨다. 그런 어른 남자들의 왁자한 농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같이 웃기도 하고 새참으로 받아 놓은 막걸리를 홀짝홀짝 얻어 마시며 막연하게 어른 남자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배우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뚝다리를 만들때의 그 시끌시끌함은 조용하던 마을의 하나의 여름 이벤트였고 어린 우리는 신났다.

우리들은 날씨가 좋은 날이면 타잔처럼 팬티만 입고 종일 멱을 감았다.

강가에 물길을 따로 만들어 끝 지점에 소쿠리를 묻어놓고 풀잎 가지로 얹어 위장 해놓으면 송사리가 물길 따라 떼 지어 올라와 소쿠리 안으로 새카맣게 모여들었다. 그때 소쿠리를 떠올리면 송사리와 잡어들이 한소쿠리 가득하게 된다.

그날 저녁 메뉴는 민물 매운탕으로 온가족이 평상에 둘러앉아 모기퇴치용 모닥불을 피워놓고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그래서 여름에는 온 동네 집집마다 매운탕 파티가 잦았다. 또한 장마철이 끝날 무렵에는 강물이 불어 마을은 완전히 세상과 단절되어 고립상태가 된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강물이 줄기 전에는 시내에 장보러 못가셨다. 그래도 강물 광경에 마냥 신이 난 우리들은 윗마을 낭떠러지 바위 위에 올라가서 다이빙 선수처럼 알몸으로 겁도 없이 뛰어내려 밑 마을 까지 차가운 물속에서도 깔깔대며 둥둥 떠내려가며 놀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그때 홍수에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해도 왜 어른들은 꾸지람을 하지 않았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저녁때쯤이 되면 사람들이 마을 입구 경로당, 구판장(구멍가게)주위로 어슬렁어슬렁 모여들면서 세대별로 각각 나뉘어져 제각각의 화제 거리를 만들어 무아지경에 빠진다. 가끔씩 동네 형들과 누나들은 다른 마을로 원정을 가기도 하고 또 그 동네에서 오기도 했다.

어느 날 아래 마을에 형들이 동네로 원정을 왔다. 그 형들은 마을 입구 언덕에 앉아 우리 동네에는 없던 첨보는 악기로 반주를 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하고 있었다.

환상적인 소리..두 눈이 번쩍 뜨이고 온 몸이 귀가 된 듯 나를 압도해 버렸다.

도대체 세상에 저런 악기가 있었나?.. 조심스레 악기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가니 “야! 저리 안가!”하고 나를 향해 어떤 형이 호통을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의 관심은 악기밖엔 없었다. 오로지 악기 소리만 들려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여러 음이 동시에 울리는 화음이 얼마나 짜릿하고 소름이 돋았는지 너무나 황홀 했다. 노는데 방해 된다고 형들이 나를 향해 큰소리로 뭐라 해도 내 눈은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그 사람만 바라보며 멍하게 서 있었다. 아무리 말로 뭐라 해도 갈 기미를 안보이자 개긴다고 생각한 어떤 형이 본격적으로 본때를 보여 줄려고 손을 치켜 들었고 그때 마침 합류한 우리 마을 형이 “ 야, 임마 이놈이 우리마을에 이가수다. 야야!!,, 기냥 냅도라!,..야는 이 악기 소리 땜에 꽂혀서 그라는기다 아이가? 맞제?!”라고 얘길 해 주었고 나를 구경하게 내버려 두었다.얼마나 그 형이 고마웠던지..

그날 목격한 그 악기는 통기타였다.

그날 난 기타라는 악기를 태어나 처음으로 구경하게 되었고 여러 음을 동시에 치는 화음의 구성음, 코드(Chord)의 울림이 그렇게 좋은지 처음 느꼈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 기타소리가 귓전에 계속 윙윙 대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후 맘속에 늘 기타소리를 잊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여름 방학이 되어서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작은집으로 놀러를 가게 되었다.

근데... 이게 무슨 신의 도우심인가?!.. 사촌 형님 방 장롱위에 기타가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몇 개인가 줄이 끊어져 있었지만 난 황금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환호성을 내지르며 와락 기타를 껴안았다.

연주는 고사하고 기타 소리조차도 내는 방법을 모르던 나는 그냥 땅에 눕혀서 가야금 연주 하듯이 하기 시작 했고 그냥 소리를 내는 그자체가 너무나 좋았다. 하루 온종일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가면서도 아픈 줄도 모르고 기타에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고 작은집 바로 앞이 해수욕장인데도 불구하고 내 눈에는 해수욕장은 안보였고 기타만 실컷 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프로 연주인들 중에는 악기에 대한 지대한 호기심으로 독학으로 시작해서 전문가 까지 가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남들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본인이 재밌게 느껴진다면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도 음악이 나에게 너무너무 재미있었기에 지금까지 긴 세월을 해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폴리(Poly)악기와 모노(mono)악기

악기는 단음을 연주하는 악기와 동시에 두음 이상을 연주 하는 악기가 있다. 동시에 두음이상을 연주하는 악기: 건반악기(피아노.오르간.하프시코드.멜로디언.)와 기타(Guitar). 하프(Harp).아코디언. 하모니커.같은 악기를 폴리(Poly)악기라 한다. 단음만을 연주하는 악기: 관악기(금관.목관) 현악기(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 베이스)를 모노(mono) 악기라 한다.

*바이올린은 연주 기법에 의해 때로는 두음씩 연주하기도 한다.
안영준 기자 / ayj1400@hanmail.net입력 : 2012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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