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신라밀레니엄파크 입간판 | | ⓒ CBN뉴스 - 경주 | |
[cbn뉴스=이재영 기자] 경주 보문관광단지 신라밀레니엄파크 등 복합시설지구 지정을 둘러싼 공공기여(기부채납) 갈등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민간사업자의 기부채납 규모를 두고 경주시와 개발업계가 공방을 벌여온 가운데, 과거 사업자가 주민들에게 제시했던 1만 평 규모의 기부채납 계획이 현재 현금 10억 원의 공공기여안으로 축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시민사회가 “토지 가치 상승분 전액 환수”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 시민사회, 경주시의 ‘15% 환수 가이드라인’ 조치에 “명백한 특혜” 반발 경주환경운동연합 시민참여위원회는 13일 성명을 발표하고, “보문관광단지 시설지구 변경에 따른 토지가치 상승분을 전액 환수하라”고 경주시에 정식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용도변경이라는 행정행위로 발생하는 부동산 초과이익은 사업자의 노력이 아닌 공공의 행정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따라서 발생하는 토지가치 상승분은 시민사회에 전액 환수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경연합 측은 경주시가 앞서 제시한 ‘토지가치 상승분의 15% 공공기여 가이드라인’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성남 대장동 개발 사태 이후 부동산 계획이익 분배에 대한 시민들의 눈높이가 매우 엄격해졌음을 강조하며, “경주시가 환수하겠다고 밝힌 15%라는 비율이 대체 어떤 법적·객관적 근거로 정해졌는지 시민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15%만 환수하고 나머지 85%의 개발이익을 고스란히 민간에게 넘겨주는 것은 특혜성 조치라는 주장이다. 환경연합은 초기 민간 투자가 위축되지 않으면서도 공공성을 확실히 담보하기 위해 ‘계획이익 장기환수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해당 제도는 용도변경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원칙적으로 전액 환수하되, 민간 업체의 투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분할 납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또한, 미납된 계획이익 환수 의무를 토지가 매각되더라도 승계하도록 규정해, 인허가 취득 후 토지를 재매각해 시세차익만 챙겨 떠나는 ‘먹튀 투기’를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 “투자 위축으로 하얏트 무산 위기” 하소연하던 우양, 베일 벗은 과거 약속 이러한 시민사회의 강경한 목소리는 그동안 경주시의 공공기여 요구가 지나쳐 투자가 무산될 위기라며 억울함을 호소해온 민간 사업자들의 기존 주장과 대조되면서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신라밀레니엄파크(17만7234㎡) 부지에 총 3940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하얏트 알릴라’ 호텔 건립을 추진 중인 우양산업개발 조영준 대표는 지난 6일 경주시청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조 대표는 “당초 경북문화관광공사(이하 공사)의 공모 당시에는 공공기여 방안을 원만히 합의했으나, 경주시가 뒤늦게 지가 상승분 15% 상당의 과도한 공공기여를 요구하면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고 성토했다.
또한 사업 지연에 따라 하얏트 측으로부터 되려 계약 백지화 압박을 받고 있다며 보문단지의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우양산업개발 측은 과거 독자적으로 고급 호텔 건립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해당 부지의 용도변경을 추진하던 당시, 공공기여로 전체 사업부지의 약 18.6%에 이르는 ‘1만 평 토지 기부채납’안을 경주시와 공사 다수 관계자에게 스스로 약속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주민설명회 현장에서 해당 사실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영준 대표는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라고 인정했다.
문제는 행정 절차의 방식이 공사 주도의 ‘민간투자환경개선사업’ 형태로 전환되자, 우양 측이 과거 스스로 공언했던 대규모 토지 환원 약속을 완전히 뒤집고 단 ‘현금 10억원’의 공공기여안만 제시하고 나선 점이다.
더욱이 이 10억원의 사용처마저 자사가 새로 지을 호텔 인근의 진입로 개설 및 주변 조경에만 국한되도록 제한해, 사실상 자사 호텔 인프라에 재투자하는 꼼수 성격의 생색내기 기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1만 평(18.6%) vs 시 가이드라인 9%, 기만당한 시민 여론 객관적인 수치를 대조해 보면 민간 사업자의 이중성은 더욱 명확히 증명된다.
현재 경주시가 용역을 통해 산정해 제시한 ‘지가 상승분의 15% 공공기여’ 요구안은 토지 면적으로 환산 시 전체 부지의 약 9~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우양산업개발이 과거 독자 개발 추진 시 스스로 약속했던 1만 평(18.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지극히 합리적인 기부비율이다.
즉, 경주시의 원칙적인 환수 요구마저 과거 우양이 자발적으로 공언했던 수준의 절반에 그침에도, 이를 두고 “과도한 족쇄이자 투자 위축”이라며 반발하고 행정을 압박해 온 셈이다.
업계 및 부동산 감정평가 결과에 따르면 신라밀레니엄파크 부지가 복합시설지구로 용도 변경될 시 발생하는 기대 시세차익(지가 상승분)은 7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700억원대 수준의 공공 계획이익을 고스란히 독점하는 대가로 단 1.3% 수준에 불과한 10억원의 조건부 기부만 제시해 온 업체가, 시민들과 약속한 이익 환원 원칙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주시가 기업의 투자 활성화 요구에 흔들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시민사회의 엄격한 눈높이에 맞춰 계획이익을 철저히 환수하는 투명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라며 “보문관광단지는 국가적 자산이자 시민 모두의 공익 공간이다”라고 밝혔다.
경주시 관계자는 “공공기여 기준은 특정 기업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개발사업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라며 “투자 유치와 공공성 확보라는 두 가지 원칙을 함께 고려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